
① 세상사 참 알 수가 없다. 지금이야 사상 최대의 반도체 호황 속에 고액 성과급을 둘러싼 내홍을 겪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시계를 3년 전으로만 돌려보면 그때는 암울한 전망으로 가득했다. 주가는 떨어졌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리며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에 휩싸였다. 적자로 ‘법인세 납부액 0원’을 기록하며 덩달아 정부 곳간까지 쪼그라들었다. 성과급은 가당치도 않았다.
② 인공지능(AI) 열풍이 모든 걸 바꿨다. 반도체 호황 속 이익은 쌓여가고 있다. 나눠 먹을 파이가 커졌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통 큰 성과급’은 조바심을 부추겼다. 내 몫을 제대로 챙기겠다며 노조는 파업도 불사할 태세다. 성장 동력과 초격차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 등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주주 배당(11조1000억원)을 압도하는 성과급(최소 40조원)을 요구하며 회사의 주인이 주주냐 근로자냐는 질문에 귀를 막았다.
③ 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리고, 삼성전자로 옮겨붙은 채 현대차 등 다른 기업으로 번질 형국인 성과급 논쟁은 너무도 한국적이다. 일단 부러움과 시샘이 묘하게 버무려진 채 특정 회사의 성과급이 모두의 관심사가 됐다. 임직원도 아니고 주주도 아닌 이들이 남의 회사의 성과급을 두고 왈가왈부한다.
④ 그런 까닭에 노조는 성과급을 둘러싼 사측과의 줄다리기와 함께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과도 싸워야 한다. 시의적절하게 혹은 운 좋게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 올라탄 실적을 근로자 개개인의 성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⑤ 가장 한국적인 건 성과급에 침투한 평등주의다. 성과에 대한 보상임에도 ‘직원 일괄 지급’처럼 ‘한국인에게 마음의 습관과도 같은 평등주의’(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가 성과급의 기본값이 되어버린 탓에 곳곳에서 파열음과 균열이 이어진다. 획일적이며 일률적인 보상 구조가 안고 있는 무임승차는 성과급의 기본 취지를 이미 퇴색시켰다.
게다가 직무와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보다는 ‘N 분의 1’식 나눠 먹기가 되면서 핵심 기술 개발 등 전문성에 대한 보상은 희박해졌다. 그런 탓에 석·박사급 연구 인력과 현장 생산직 인력 사이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능력보다는 ‘어떤 줄(산업)’에 섰느냐가 ‘성과급 잭팟’의 결정 요인이 되면서 “반도체 업계의 역대급 성과급이 오히려 이공계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가속 페달이 될 수 있다”는 날 선 지적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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