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대전 명물’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 전국의 빵돌이, 빵순이를 불러들이는 성심당? 오월드 재개장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늑대 ‘늑구’? 지난달 스무돌을 맞은 계족산 황톳길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황톳길이야말로 대전의 진짜 보물일지 모른다. 계족산 황톳길 덕분에 맨발 걷기 열풍이 비롯됐고, 방방곡곡에 맨발길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어서다. 지난달 25일, 맨발길 ‘원조 맛집’ 계족산 황톳길을 걸었다.
② 시작은 우연이었다. 조 회장이 지인들과 계족산으로 산책을 왔는데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있었다. 조 회장이 신발을 벗어줬고 자신은 맨발로 걸었다. 돌길을 5시간 동안 걷기는 쉽지 않았다. 발이 뻐근했다. 한데 반전이 일어났다. 조 회장은 이날 잊지 못할 ‘꿀잠’을 잤다. 이튿날 일어났더니 머리가 상쾌했고 몸도 가벼웠다. 이런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조 회장의 설명이다.
“계족산은 마라톤 훈련차 자주 찾았는데 맨발로 걸은 건 처음이었죠(그는 26년차 마라토너다). 좋은 건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전시를 설득해서 14.5㎞에 이르는 맨발길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③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롤러로 길을 평탄하게 하면 충분하겠다 싶었는데 금세 길이 울퉁불퉁해졌다. 황토와 마사토를 섞어서 깔아봤지만 거칠거칠한 촉감이 영 별로였다. 결국 100% 황토가 답이었다. 전북 김제·익산 등지에서 질 좋은 황토를 가져와 깔았다. 일반 등산객을 배려해 산길 절반은 그대로 두고, 황톳길은 1.5m 폭에 맞춰 계족산 허리를 둘렀다. 조 회장은 “황토를 두 발로 밟으면 촉감도 좋지만 불그스름한 때깔이 초록 숲과 어우러져 시각적인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④ 원래 계족산(423.9m)은 동네 주민이나 찾는 한적한 산이었다. 식장산·보문산·장태산처럼 대전의 명산으로 꼽히지도 않았다. 하나 황톳길이 산의 운명을 바꿨다. 황톳길은 계족산 중턱 해발 200~300m 임도에 걸쳐 있는 데다 해발 150m께 주차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돼 아이도, 노인도 걸을 만하다. 황톳길 덕분에 계족산은 전국적인 가족여행지로 떠올랐다.
⑤ 황톳길 관리는 만만치 않다. 비가 많이 오면 여지없이 유실된다. 하여 수시로 새 황토를 깔아야 한다. 해마다 보충하는 황토량이 2000t에 달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사람들이 촉촉한 황토를 밟도록 매주 흙을 뒤집고, 물도 뿌려야 한다. 이 비용이 한해 10억원쯤 된다. 2006년부터 산길에 깐 황토는 약 4만2000t에 달하고, 황톳길 관리와 유지에 들어간 돈은 210억원가량 된다.
선양소주는 2025년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적자였던 해도 있었다. 그때도 황토 깔기는 멈추지 않았다. 음악회도 꾸준히 열었다. 맨발 걷기만이 아니라 숲에서 오감을 두루 만족해야 진짜 ‘에코힐링(숲 치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불경기와 중동 전쟁 탓에 힘들다면서도 웃음은 잃지 않았다.
“솔직히 요즘 소주도 잘 안 팔리고, 황토 운반비도 치솟고. 정말 죽을 맛입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저의 또 다른 직함이 황톳길 작업반장 아닙니까.”

'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반도체 노조, 파업에 공짜 없다는 현실 알아야 (0) | 2026.05.06 |
|---|---|
| '사우디 오일 카르텔' 뛰쳐나온 UAE, 미국 손잡고 중동 패권 도전 (0) | 2026.05.06 |
| 언런, 실패를 운용하라 (0) | 2026.05.05 |
| 지원금 뿌려도 소비 부진 지속, 돈 안쓰는 이유 뭘까 (0) | 2026.05.05 |
| 영화속 그 노래 다 이유가 있다 (3) | 2026.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