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서 만든 게 경제고통지수(Economic Misery Index)다. 물가는 오르는데 일자리가 없다면 삶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요즘 ‘트럼프 고통지수(Trump Pain Point Index)’라는 게 나왔다고 해서 경제고통지수처럼 트럼프로 인한 경제 주체의 고통을 지수화한 것으로 짐작했는데, 아니었다. 세상이 아니라 ‘트럼프’가 느끼는 고통을 지수화해 조변석개 예측불가인 트럼프 정책을 조금이라도 읽어내려는 시장의 안간힘이었다.
② 결국 주가·지지율이 빠지고 금리·물가·유가가 오르면 트럼프가 고통받는다는 거다.
③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면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할 테니까. 그래서 트럼프 고통지수가 임계점을 뚫고 치솟을 때 ‘트럼프는 언제나 물러난다’는 타코(TACO)가 오고 정책이 바뀐다. 도이체방크도 지난해 주가·금리·물가·지지율을 조합해 비슷한 개념의 압박지수를 만들었다. 두 지수 모두 지금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언제 돌발적인 발표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④ 트럼프의 고통까지 시장이 지수화한 것은 트럼프의 입만 바라봐선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어서다. 좋은 지도자의 덕목인 신뢰자본을 트럼프가 잃었다는 얘기다. “믿을 만한 지도자는 선언만으로 상대의 기대와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위협만으로 상대가 움직이고, 약속만으로 시장이 반응한다. (하지만) 신뢰자본은 한번 소진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마약에 내성이 생기듯, 같은 효과를 내려면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진다. 신뢰가 상실되면 정책 효과가 없다.” NH투자증권의 지난주 분석인데, 경제학의 합리적 기대이론으로 정치인의 신뢰자본을 잘 설명했다. 보고서는 관세 협상과 이란전쟁에서 쏟아진 트럼프의 말 폭탄 위력이 점점 작아지는 것 자체가 신뢰자본의 소진을 보여준다고 썼다.
⑤ 상상만 해왔던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전 세계 경제에 실제 얼마나 무서운 충격을 주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의 커버스토리 제목은 ‘이란의 우위’였다. 더 잃을 게 없고 강경파가 득세한 이란의 물귀신 작전을 뼈아프게 지켜보며 미국은 승산 없는 확전과 굴욕적 협상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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