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꼿꼿한 자세는 무얼 말하나

에도가와 코난 2025. 11. 1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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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래씨 왜 좋아하는지 궁금하죠? 서래씨는 몸이 꼿꼿해요. 긴장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꼿꼿한 사람은 드물어요. 난 그게 서래씨에 관해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속 형사 해준(박해일)의 대사다. 나는 이 문장이 묘해 곱씹곤 했다. 자세를 꼿꼿이 하니 내면이 꼿꼿한 걸까? 내면이 꼿꼿해 자세도 꼿꼿한 걸까? 해준은 자신의 판단을 어떻게 확신할까?


해준의 대사는 모던 댄스의 선구자 마사 그레이엄의 명언을 연상케 한다. “움직임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움직임이 영혼의 지표라서 누구나 읽어낼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모던 댄스는 몸짓을 통한 내면의 표현을 지향했고 춤을 가장 솔직하고 본능적인 예술로 등극시켰다.

한 사람의 몸짓과 내면이 긴밀히 연동된다는 전제에서 우리는 해준처럼 타인의 몸짓을 면밀히 관찰하며 그의 성격·심리·인품을 가늠하려 한다. 비즈니스에서, 연애에서, 범죄에서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몸짓은 말보다도 신뢰받는 단서다.

동시에 우리는 비즈니스에서, 연애에서, 범죄에서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자신의 몸짓을 주도면밀하게 연출한다. 성실하고 유망한 인재로 보이기 위해 곧은 허리와 공손한 손, 가지런한 다리로 면접에 임하고 미팅에서 상대방의 신뢰와 호감을 얻으려고 눈빛과 자세, 표정을 가다듬는다. 내 자세를 의식적으로 조율하면서도 상대방의 작은 제스처를 놓치지 않는다. 종합하자면 나는 타인의 몸짓에서 그가 감추는 속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믿지만 타인은 나의 조작된 몸짓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길 바란달까. 

그레이엄은 움직임이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일부 무용가는 움직임이 진실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몸짓과 내면 사이의 직선적 관계에 균열을 내기 위해 지극히 업무적이거나 모호한 동작을 행하며 그들은 항변한다. “움직임은 움직임일 뿐 내가 아니오. 그러니 나를 안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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