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올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많이 들린 말은 “쇼츠(Shorts) 때문에 그러냐”였다. 상대 의원이 감사 중 맥락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거나, 난데없이 작심한 듯 고성을 지를 때마다 이런 반응이 나왔다. 국감장에는 의원 맞은편에 ‘쇼츠 각’을 놓치지 않으려 스마트폰을 들고 서 있는 보좌진이 꼭 있다.
② 감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의원 유튜브 채널에선 ‘사자후 또 터졌다’ ‘상대 쩔쩔매게 만든 ○○’ 같은 제목으로 후원 계좌와 함께 쇼츠가 올라온다. 정작 피감 대상에게 유의미한 답을 끌어낸 의원은 조용히 묻히고 만다.
③ 한 여당 의원은 5분 20초 동안 발언했는데, 당일 40여 초짜리 쇼츠 5건을 편집해 올렸다. ‘쇼츠 장인’으로 유명한 의원실에서는 의원과 보좌진이 일주일에 한 번은 쇼츠 전략 회의를 열고, 의원 대면 보고가 어려우면 일일 영상 업로드 계획을 개인 카톡으로 보고한다고 한다. 쇼츠 알고리즘의 핵심은 빈도이기 때문에 매일 업로드를 지키지 못하면 유튜브가 외면하고, 외면당한 의원은 보좌진을 탓한다.
④ 최근 유명 정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한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그 채널 PD를 아예 보좌관으로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열심히’ 영상을 올리는 의원 채널은 지역구 주민 강아지 쓰다듬기, 주말 등산하는 모습처럼 의정 활동과는 거리가 먼 영상을 올려도 금방 조회 수 수만을 찍고 열렬한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지지자들은 “우리 의원 인간미 있다” “현장 감각 최고”라며 환호한다. 영상 내용보다 노출이 목적이 됐다.
⑤ 정치인이 대중의 시선을 좇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쇼츠로 정치의 민주화를 이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정치가 친근해졌다. 문제는 친근함에만 머무르려 하는 것이다. 수십 초 길이의 쾌감에 익숙해진 이들이 과연 4년 동안의 의정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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