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쇼츠' 주도 국감, 보좌진만 죽어나네

에도가와 코난 2025. 11. 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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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많이 들린 말은 “쇼츠(Shorts) 때문에 그러냐”였다. 상대 의원이 감사 중 맥락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거나, 난데없이 작심한 듯 고성을 지를 때마다 이런 반응이 나왔다. 국감장에는 의원 맞은편에 ‘쇼츠 각’을 놓치지 않으려 스마트폰을 들고 서 있는 보좌진이 꼭 있다.

감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의원 유튜브 채널에선 ‘사자후 또 터졌다’ ‘상대 쩔쩔매게 만든 ○○’ 같은 제목으로 후원 계좌와 함께 쇼츠가 올라온다. 정작 피감 대상에게 유의미한 답을 끌어낸 의원은 조용히 묻히고 만다.

한 여당 의원은 5분 20초 동안 발언했는데, 당일 40여 초짜리 쇼츠 5건을 편집해 올렸다. ‘쇼츠 장인’으로 유명한 의원실에서는 의원과 보좌진이 일주일에 한 번은 쇼츠 전략 회의를 열고, 의원 대면 보고가 어려우면 일일 영상 업로드 계획을 개인 카톡으로 보고한다고 한다. 쇼츠 알고리즘의 핵심은 빈도이기 때문에 매일 업로드를 지키지 못하면 유튜브가 외면하고, 외면당한 의원은 보좌진을 탓한다.

최근 유명 정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한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그 채널 PD를 아예 보좌관으로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열심히’ 영상을 올리는 의원 채널은 지역구 주민 강아지 쓰다듬기, 주말 등산하는 모습처럼 의정 활동과는 거리가 먼 영상을 올려도 금방 조회 수 수만을 찍고 열렬한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지지자들은 “우리 의원 인간미 있다” “현장 감각 최고”라며 환호한다. 영상 내용보다 노출이 목적이 됐다.

정치인이 대중의 시선을 좇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쇼츠로 정치의 민주화를 이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정치가 친근해졌다. 문제는 친근함에만 머무르려 하는 것이다. 수십 초 길이의 쾌감에 익숙해진 이들이 과연 4년 동안의 의정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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