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계엄 목격자의 폭로, 국정원은 시작일 뿐

에도가와 코난 2025. 1. 2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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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초기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국정원장 특보가 왜 그렇게 많냐.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당시 국정원엔 원장특보 여러 명이 전문 분야를 나눠 맡고 있었다. 국정원 청사에 사무실을 두는 원장특보는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한다. 외교관 출신의 당시 김규현 국정원장을 크게 신뢰하지 않던 윤 대통령이 원장특보들을 통해 국정원 내부를 통제하는 비정상적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직 간부의 불만 취지였다.

재임 내내 대통령 신임 논란을 겪었던 국정원장은 지난해 6월 초유의 인사 파동을 겪더니, 같은 해 11월 해임됐다. 원장 해임 직후 국정원 1차장에 홍장원 원장특보가 임명됐다. 대통령 실세와의 인연으로 차기 국정원장 후보로도 오르내렸고, 새 국정원장이 임명되기 전 두 달 가까이 국정원장 대행으로 정보기관장 역할을 했다. 북한 동향 등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도 했고, 대통령이 주재한 술자리에도 몇 번 불려 갔다고 한다. 말 그대로 ‘실세 특보’의 영전이었다.

우원식 한동훈 이재명 등 여야 정치인을 위치 추적해 방첩사령부의 체포 활동을 도우라는 명령이었다. 시대착오적 계엄의 한복판에 정보기관을 끌어들인 것이다.

2차 비상계엄 우려와 정의감이 폭로의 계기였다는 것이 그의 폭로를 지켜본 공직자의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의 신뢰 문제와 부당한 명령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경질된 홍 차장은 폭로 뒤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 “갑자기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기는 한데….”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들, 대통령실의 참모들은 대통령의 신뢰를 받았으니 고위직에 임명됐을 것이다. 중요한 건 홍 차장의 말처럼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것과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날 밤의 목격자들인 국무위원과 대통령의 참모들, 군인, 경찰 등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의 조각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고해야 한다. 비상계엄의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것은 대통령의 배신자가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역사의 기록자가 되는 길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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