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각 그룹의 학생들은 자신과 같은 그룹 학생들에게는 돈을 꽤 후하게 나누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겐 돈을 인색하게 줬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사실 성적에 따른 그룹 배정은 없었다. 학생들은 순전히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② 구분의 토대가 허구였는데도, 각자 집단 소속감을 느껴 이런 행동을 한 셈이다. 이런 일련의 실험을 토대로 사회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이 정립됐다.
③ 집단 정체성은 집단을 나누는 기준이 자의적인 경우는 물론 기준 자체가 실재하지 않아도 성립한다. 그런데도 내집단에 대한 편애와 외집단에 대한 적대감은 생긴다. 미국 소설가 커트 보니것은 이를 ‘그랜펄룬(granfalloon)’이라 불렀다. ‘자랑스럽지만 실질적 의미는 없는 인간 집단’을 뜻하는 이 단어는 ‘크다’(grand)는 의미에 허위(fallacy), 풍선(balloon)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를 합쳤다. 허위의 소속감에 집착하는 인간 본성을 풍자하기 위해 고안됐다가 학술 용어로 남았다.
④ 로고를 집단 상징으로 삼으면, 경제적 교환으로 맺어지던 관계는 특정 브랜드 사용자라는 집단 정체성을 공유하는 정서적 집단으로 바뀐다. 그렇게 합리적 소비자가 경쟁 브랜드에 배타적 태도를 가진 내집단으로 포획된다. 문화계도 빠지지 않는다. 소위 ‘팬덤’이라 불리는 집단이 형성되면, 팬들은 자생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또 이를 적극 소비한다. 오직 팬덤의 일원으로 남기 위해 아무런 실용성이 없는 ‘굿즈’를 사들이는 모습은 단순히 마케팅에 포획되는 걸 넘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외부에 투사하는 적극적 자기표현이다.
⑤ 그랜펄룬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건, 사회적 갈등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랜펄룬을 잘게 쪼갤수록 개별 그랜펄룬을 만들어내는 사회의 흑막(黑幕)은 영향력을 얻지만, 사회는 점차 서로에 적대적인 소집단으로 찢어진다. 공적 신뢰를 헐어 사욕을 채우는 이들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으니, 시민들이 그랜펄룬의 개념을 이해하고 속지 않게 조심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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