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고대의 전쟁사 기록에는 ‘승자의 권리’와 ‘승자의 관용’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고대 세계에서 전쟁의 승자는 패자의 영토, 주민, 재산에 대한 완전한 처분권을 가졌다. 승자는 패자의 영토와 재산을 몰수함은 물론, 주민을 모두 학살하거나 노예로 팔아넘기는 것도 당연한 권리로 여겼다. 유럽을 침공했던 몽골군이 저항하는 도시의 주민을 몰살했던 것으로 악명 높지만, 다른 정복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방 제국들은 물론이고 비교적 문명국이었던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도 예외는 아니었다.
② 그러한 고대 세계에서 ‘승자의 권리’가 아닌 ‘승자의 관용’을 기치로 급속히 세력을 팽창한 나라가 바로 로마였다. 공화정 시대의 로마는 도시국가로 출발해 많은 전쟁을 거쳐 지중해 패권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패전국을 관용으로 포용했다.
③ 동맹의 조건이 그처럼 너그러웠던 까닭에, 로마와 동맹을 맺고 로마연합의 일원이 된 나라들은 로마를 배신할 이유가 없었다. 카르타고 장군 한니발의 침공으로 이탈리아반도 전역이 16년간이나 무참히 짓밟혔던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로마를 배신한 동맹 도시는 단 2개뿐이었다. 로마가 수십만 병력의 희생 끝에 한니발군을 무찌르고 카르타고 본국을 정복했을 때도 로마는 카르타고의 주권과 영토를 그대로 인정했고, 단지 로마와의 동맹 조약과 전쟁 배상금 및 해군력 제한을 요구했을 뿐이다.
④ 인류 역사상 공화정 시대의 로마와 가장 유사한 관용 정책을 동맹국과 패전국에 베풀었던 패권국은 미국이었다. 근대 제국주의 시대 이래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영국 등 모든 패권국은 피지배국에 대한 가혹한 압제와 착취를 당연시했지만, 양차 세계대전 후 영국에 이어 패권국이 된 미국은 예외적으로 민주적 건국 이념과 풍족한 국부를 바탕으로 우방국의 안보와 경제 재건을 물심양면 지원했던 관용적 패권국이었다. 외세의 주권 침탈 위기에 처했던 구한말 우리 조상들이 미국의 도움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이유도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없는 유일한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⑤ 사람들은 미국적 관용의 타락을 비난하지만, 이는 미국이 중국의 패권 도전에 쫓기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이미 예고된 변화였다. 현재 미국이 쏟아내는 온갖 소동들은 그간 예외적으로 너그러웠던 패권국 미국이 국력의 한계에 부딪혀 남들과 똑같은 자국 우선주의 나라, 불관용의 제국, 이기적 패권국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진통이다. 어느 한국 학자가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왔다”고 지적했듯이, 패권국 미국의 불관용은 이제 뉴노멀의 국제 질서로 정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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