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윤석열의 '잡종전쟁'

에도가와 코난 2025. 3. 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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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권침탈세력’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새해 첫날 한남동 관저 앞에 몰려든 지지자들에게 보낸 한 장짜리 편지에서였다. 2년여 전 ‘반국가세력’이란 말을 불쑥 꺼냈을 때만큼이나 뜬금없던 그 말은 2주 뒤 체포 직후 공개된 육필 원고에서 정체를 분명히 드러냈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흔히 정규군의 재래전뿐 아니라 심리전 정보전 사이버전 같은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21세기 복합 전쟁 양상을 설명하는 단어다. 하지만 잡종·혼종이란 뜻에서 보듯 전쟁의 온갖 양상을 포괄하는 개념일 뿐 실상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편의적 유행어라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쟁과 평화 간 경계를 흐트려 국가 간 일상적 경쟁과 갈등을 군사적 충돌이라는 진짜 전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한 용어라고 지적한다.

그렇게 군색한 처지에서 ‘전쟁 아닌 전쟁’이란 모호하고 불순한 개념은 어디든 끼워 넣을 수 있는 맞춤형 열쇠였다. 전시·사변이 국토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하드웨어의 위기라면, 야당의 폭주에 외부의 적대 공작까지 더해진 최근 상황은 국가 운영시스템, 즉 소프트웨어의 위기라고 윤 대통령은 주장했다. 전시·사변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소프트 비상사태’인 만큼 두 시간짜리 무력시위로 ‘소프트 비상계엄’을 했다는 논리를 구성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조작설에 중국의 개입까지 엮은 ‘거대한 위협’이란 허구를 만들어 계엄의 명분을 삼았고, 그 과정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자신의 개입을 부인하며 아랫사람의 과잉충성 또는 오해 탓으로 돌렸다. 그러다 보니 의도했던 ‘비장한 반공투사’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망상과 궤변을 늘어놓는 ‘초라한 안티 히어로’로 귀착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 전쟁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국민 여론전은 탄핵 여론을 뒤집기엔 역부족이고 극단 세력의 사법부 겁박은 중도층의 이반을 불렀다. 직접 나선 법률전 역시 음모론적 망상과 구차한 회피라는 모순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윤 대통령은 허상의 전쟁부터 끝내야 한다. 그 스스로 호수 위 달 그림자를 쫓을 게 아니라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달을 직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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