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통령에 의한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래 공동체로서 우리가 다 함께 겪었던 2개월이라는 시간은 한국 현대정치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시기였다. 당신의 정치적 입장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건, 비상계엄의 소식을 들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얼마나 놀랐는지, 그리고 그 놀라운 소식을 어떤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그 이후에 무엇을 했는지는 수십 년이 지나서도 기억에 각인되고 후손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로 남을 것이다.
② 비상계엄의 선포는 사실 시작일 따름이었다. 뒤이은 대통령 탄핵과 체포 및 구속, 서울서부지법 폭동, 그리고 최초의 현직 대통령 내란죄 기소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사건’들은 계속되고 있다. 더 두려운 사실은 지난 두 달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헤쳐나가기 힘든 갈등으로 점철될 시간들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헌정질서의 위기’라는 말이 이토록 총체적으로 현실이 된 적이 없었다.
③ 이 위기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난 40여 년 대한민국의 성취를 한순간에 무화(無化)시킬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짧은 시간에 경제적 근대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었던 대한민국의 성취가 불과 두 달 사이에 신기루같이 눈앞에서 사라질 수도 있음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④ 진짜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대통령은 왜 사과하지 않는가?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가?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기 어려운 국민들의 삶에 평지풍파를 일으켜 놓고, 그것에 대한 진심 어린 성찰도, 솔직한 사과도 왜 하지 않는가?
⑤ 그래서 나는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잘못 생각했다는 한마디,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는 한마디, ‘The buck stops here’라는 한마디를 우리는 들을 수 없는 것일까.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정치라는 어려운 과업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는 솔직한 성찰을 들을 수는 없는 것일까. 다시는 이런 불행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말을 들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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