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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모임이 끝나면 나는 최대한 느리게 테이블을 떠나는 사람이다. 혹은 다시 돌아보는 사람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떠난 뒤의 테이블을 사진으로 남기는 게 습관이 됐다.
② 타인의 얼굴을 찍는 게 조심스러운 시대에 선택한 나름의 기록방식이지만, 이 행위의 기저에는 일종의 슬픔이 있는 것 같다. 존 케닉의 『슬픔에 이름 붙이기』에 따르면 ‘에테르니스(etherness)’라고 부르는 감정이.
③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통해서 알게 된 후 주변에 선물까지 해놓고 정작 나는 제대로 읽지 않았던 책인데, 뒤늦게 거기서 이 단어를 발견하고 쾌감을 느꼈다.
④ 책에 따르면 ‘에테르니스’는 휘발성이 담긴 단어 ‘에테르(ether)’와 단란함을 뜻하는 ‘투게더니스(togetherness)’를 합친 신조어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둘러보고는 그곳이 지금은 온기와 웃음소리로 가득하다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그것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진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느끼는 아쉬움’을 가리킨다.
⑤ 지금을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는 데서 촉발되는 슬픔은 인간의 태생적인 한계여서,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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