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배출한 14명 가운데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을 모두 거친 최초의 대통령이다. 통틀어 11년 동안 시정과 도정을 이끌면서 갈고 닦은 경험과 현장에서 체득한 지식은 대통령으로서 대단히 소중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부처별 업무 보고나 타운홀 미팅, 국무회의 생중계를 통해 현장 실무에 밝고 숫자와 디테일에 강한 면모를 각인시켜 주었다.
②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경험이 풍부하고 여러 분야에 해박한 대통령이 취임하면 지근거리의 참모는 물론 말단 공무원까지 긴장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요즘 말로 ‘열일’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③ 그래서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 대통령에게 따라붙는 수식어가 ‘만기친람(萬機親覽)’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대통령이 세세한 분야에까지 직접 메시지를 발신하며 어젠다를 던지고, 그것이 빛의 속도로 실행에 옮겨진다는 점이다. 새로운 어젠다의 발신 통로는 심야에 쓰는 SNS일 경우가 많다.
④ 문제는 대통령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점에 있다. 국무회의 중계엔 디테일과 숫자까지 제시하는 대통령에게 장차관이나 참모들이 쩔쩔매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국민들에게는 속시원히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앞이라 정면 반박을 자제한 것일 뿐 대통령의 발언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⑤ 예나 지금이나 전 세계 대부분의 지도자가 행하는 것은 ‘선택적’ 친람이다. 선택적 친람에도 조건이 붙는다.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어야 하기에 한쪽 진영의 편에 치우쳐선 안 된다는 원칙 아래 어젠다의 우선순위를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야 한다. 또한 충분한 숙의를 거쳐 최대한 정제된 언어로 메시지를 발신하고, 메시지가 남발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많으면 공무원들은 대통령이 말한 일만 처리하기에도 빠듯할 것이다.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것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문제가 어젠다에서 사라진다. 더 중요한 문제를 대통령이 말하지 않아, 덜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말한 문제에 밀리는 것, 그게 가장 큰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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