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통계학 입문서인 찰스 윌런의 ‘벌거벗은 통계학’에 빌 게이츠 비유가 등장한다. 동네 술집에 평균 연봉이 3만5000달러인 평범한 직장인 10명이 술을 마시고 있다. 그런데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연봉 10억달러)가 들어오는 순간 손님들의 평균 연봉이 260배인 9100만달러로 껑충 뛴다.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아웃라이어(Outlier·극단치)가 착시를 낳는 것이다.
② 주식시장에선 쏠림 현상이 착시를 일으킨다. 미 S&P 500 지수는 2023년 24% 올랐지만, 애플·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이 111% 오르며 상승을 주도했다. 나머지 493개 종목의 수익률은 지지부진했다. 당시 7종목은 S&P 500 시가총액의 35%를 차지했다.
③ 최근 국내 증시의 삼전(삼성전자)·닉스(SK하이닉스) 쏠림은 기록적 수준이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코스피의 53%에 달한다. 1년 전엔 24%였는데 2배 이상으로 커졌다. 2000년대 초반 휴대폰 강자였던 노키아가 핀란드 증시의 70%를 차지했던 것을 빼곤 유례를 찾기 힘들다.
④ 코스피가 상승했는데 90% 이상 종목이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전·닉스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종목들을 팔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전·닉스가 증시 전체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것이다. 당일 코스피 거래 대금의 약 90%가 삼전·닉스 단 두 종목에 집중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상상을 초월하는, 전무후무할 일이다.
⑤ 케인스는 주식 투자를 미인대회 우승자 맞추기 게임에 비유했다. 내가 보기에 가장 예쁜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할 만한 사람을 찍어야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금 삼전·닉스 쏠림도 마찬가지다. 오를 것 같으니 사고, 사니까 오르는 현상이 반복된다. 반도체 실적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대로 순항하길 바라지만, 주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진리만큼은 모두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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