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도고 헤이하치로가 지휘하는 일본 함대의 완승, 러시아 발트 함대의 전멸이다. 이로써 러일전쟁은 ‘사실상’ 일본의 승리로 결정된다. 일본은 청일전쟁을 치러 승리한 뒤 얻은 요동반도를 러시아·프랑스·독일의 강압에 의해 청나라에게 반납해야 했더랬다. 이른바 ‘삼국 간섭’. 억울한 일본군 장교들은 줄지어 할복했고, 와신상담의 10년을 거쳐 이런 복수를 완성했다.
② 일본의 러일전쟁 승리는 국제 현실과 향후 세계사를 뒤흔든다. 근대 이후 동양 국가가 서구 열강을 상대로 거둔 초유의 ‘대규모’ 승리였으며 일본 군국주의가 본격적으로 폭주하게 되는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③ 러일전쟁의 요인에는, 태평양을 향해 남진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막으려는 영국 간의 ‘그레이트 게임’이 스며 있다. 영국은 ‘영광된 고립’이라는 자국 외교의 원칙까지 깨면서 ‘영일 동맹’을 맺어 일본으로 하여금 러시아를 대신 상대하게 한다. 영국이 수에즈운하를 열어주지 않자, 러시아 발트 함대는 7개월 동안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을 지나 동아시아를 향해 약 3만3000㎞를 항해해야 했기에 보급 부족, 무더위와 전염병 등에 시달리며 녹초가 돼 있었다. 그들이 대한해협에 이르러 마주한 것은 냉정한 적개심과 싱싱한 전투력으로 충만한 일본 함대였다.
④ 만약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이겼다면, 조선은 러시아의 식민지가 됐을지도 모른다. 또한 러시아에서는 1917년 볼셰비키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러시아 황제는 러시아에 퍼지던 혁명 세력들을 약화시키고 제국을 다잡을 만한 ‘적당히 작은 승리’가 필요했다. 그 제물로 만만하게 본 일본을 선택했다가 대패한 뒤 12년 만에 제정 러시아는 멸망한다.
⑤ 한반도는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가진들 2, 3, 4위급에 포위돼 있다. 자고로, 지정학상 전쟁터이거나 분할의 대상이었다. 전쟁이 안 난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다음부터다. 중간자론, 조종자론 따윈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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