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카프카와 말러의 어긋난 만남

에도가와 코난 2025. 2. 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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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908년 9월 19일, 말러 교향곡 7번 세계 초연이 프라하에서 있었다. 이 자리에는 26세의 보험 외판원 프란츠 카프카(사진)도 와 있었다. 친구 막스 브로트의 성화에 못 이겨 따라온 것이었다. 

이 브로트는 자기가 죽으면 작품들을 모두 불태워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과감히 무시함으로써 세계 문학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는 인물이다. 그는 말러의 교향곡을 듣고 카프카가 뭐라고 할지 무척 궁금했다. 유대인, 보헤미안, 부조리를 꿰뚫는 시선 등. 둘의 공통점도 적지 않으니 뭔가 감화를 받지 않을까. 

카프카는 예민한 청력의 소유자였지만, ‘음악적 귀’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교향악의 빽빽한 울림이 그를 쉴 수 없게 했을까. 아니면 공연장이라는 환경이 못 미더웠는지도 모른다. 카프카는 이렇게 썼다. “음악은 내 주위를 벽처럼 둘러쳐서 가둔다. 그러니까 음악이 내게 영향을 미칠 때는 자유로울 때가 아니라 갇혀 있을 때인 것이다.” 카프카 문학의 키워드인 고립·폐쇄성·불안 등이 연상된다. 


④ 카프카의 ‘변신’에서도 음악은 억압의 상징이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음악을 선망한다. 여동생에게 바이올린을 시키고, 딱정벌레로 변해서도 여전히 음악에서 감동을 느낀다. 하지만 여동생이 겪는 일은 서툰 바이올린으로 손님들의 환심을 사야 하는 절박함, 불안감뿐이다. 

아, 카프카가 조금 덜 피곤했다면 어땠을까. 사실 말러 교향곡 7번에는 아름다운 ‘밤의 음악’이 들어 있다. 남국의 밤, 야외에서 연주하는 세레나데다. 카프카는 알아듣지 못했다. 기타와 만돌린의 정다운 울림보다 고요가 더욱 절실해서다. 피로사회, 귀들이 자꾸 닫힌다. 여러분이라면 카프카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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