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헌재가 계엄 종결자 되려면

에도가와 코난 2025. 2. 1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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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소장엔 이른바 ‘삼청동 안가(安家)’ 모임이 4번 등장한다.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군 장성에게 계엄의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하던 지난해 3월 말∼4월 초부터, 5∼6월경, 6월 17일 각각 한 차례, 그리고 같은 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직전에 대통령이 경찰 지휘부에 국회 통제 계획을 전달했을 때였다.

공교롭게도 삼청동 안가에서 가장 가깝고, 대부분의 동선이 겹치는 곳이 헌법재판소의 소장 공관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헌재 측 인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 인사는 대통령이 삼청동 안가에서 자주 저녁 모임을 하는 것에 대해 당황스러워하면서 불편해했다. 어쩌면 윤 대통령과 헌법재판소의 악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하는 건 세 번째다. 하지만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초유의 상황이다. 무엇보다 법률가 출신 현직 대통령이 공개 변론 때 피청구인석에 앉아서 재판관들에게 탄핵 사유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부하 직원이던 증인들을 대통령이 직접 신문하고 있다.

얼마 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심판을 기각하면서 4 대 4로 나뉘었다. 방통위의 설립 및 입법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는 재판관들, 방통위법을 문구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여기에 내부 불화설까지 불거지면서 헌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최고 의결 기구는 재판관들이 모두 모이는 평의(評議)다.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와 같다. 대법원과 달리 헌재에선 재판관들이 서로의 성명 대신 호(號)를 부르는 게 관례라고 한다. 소장 대행 역할을 맡고 있는 문형배 재판관은 ‘약수’로 불리는데,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요즘 문 대행은 정치적 편향 논란에 휩싸여 있다. 대행부터 물처럼 더 자세를 낮추고 생각이 다른 동료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 파면 여부를 떠나 비상계엄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워낙 커 만장일치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분쟁의 종결자’가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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