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2~3년 전부터 ‘평균 올려치기’라는 말이 유행이다. 대학은 ‘인서울’ 4년제는 나와야 하고, 결혼할 때 집은 수도권 자가는 되어야 하며, 고급 브랜드의 백이나 자동차가 있어야 하는 등, 실제로는 상위 10~20% 이내에 해당하는 학력·자산·소비 수준을 ‘평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를 꼬집는 말이다.
② 모 TV 드라마에서는 350만원이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고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올해 초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22년 기준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이 바로 353만원이다. 게다가 전체 근로자를 임금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의 가운데 값인 중위소득은 더 낮은 267만원이다.
③ ‘평균 올려치기’가 심각한 수준인 것은 ‘한국의 상위 1% 부자가 되려면 자산이 얼마여야 하는가’ 뉴스에 달린 댓글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2022년 통계청 데이터 바탕 분석에 따르면, 그 커트라인은 가구당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 기준으로 32억8천만원이다. 그보다 앞선 2021년 금융업계 데이터 분석에서는 29억원이 합격선이었다.
④ 윤기는 ‘빈부설’에서 말했다. “부자가 재산을 늘릴 때는 부지런하고 검소하고 기회를 살펴 때에 맞추며,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행하고 견디지 못하는 고통을 견디며, (…) 계획을 긴밀히 세워 유혹되거나 꺾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유함을 이룰 수 있었다.” 이 또한 근면한 노동과 절약을 통해 돈을 모으는 한편 감당 가능한 수준까지만 위험을 수반한 투자를 병행하라는 자기계발 전도사들의 말과 일치해서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윤기는 이것을 실현한 재테크의 왕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평생 가난했다.
⑤ ‘빈부설’에서 윤기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다. “선비 된 자는 부자가 되어서 불인(不仁)하거나, 가난하다 하여 의(義)를 망각해선 안 되는 것이오.” 즉 부를 쌓기 위해 노력하되 안 되어도 천명으로 여기고 부에 집착하지는 말 것, 또 분수에 맞게 살고 가난하든 부유하든 자신의 존엄을 지키라는 것이다. 자신을 ‘이름 없는 자(無名子)’라 칭하면서도 재기와 통찰력 넘치는 수많은 글을 남긴 그는 진정 존엄을 지킨 높은 자존감의 인간이었다. ‘평균 올려치기’의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존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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