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인간과 그레이하운드의 5㎞ 달리기 경주를 본 적이 있다. 처음 500m는 개의 압도적 승리. 이 품종의 전력 질주 속도는 시속 70㎞에 이른다. 하지만 곧 헐떡거리기 시작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 인간이 역전했다. 과학은 이를 인간 특유의 땀샘과 털 없는 피부로 설명한다. 개는 폐로 열을 식히지만 인간은 온몸의 땀샘 200만개로 열을 뿜어내며 체온을 조절한다. 인간은 뙤약볕 아래서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종(種)이다.
② 인간 종 중에서 마라톤에 특화된 부족이 케냐의 ‘칼렌진’이다. 아프리카 동부의 해발 2500m 고산 지대에서 소를 키운다. 적혈구 수치가 높아서 심폐 기능이 탁월하다. 또 종아리가 가늘고 길다. 달릴 때 다리 들어 올리는 에너지를 크게 줄인다. 케냐 마라토너 75% 이상이 여기 출신이다.
③ 이번 런던 마라톤에서 1시간 59분 30초로 2시간 벽을 깬 사바스티안 사웨는 이 부족 출신이다. 2019년 비공식 대회에서 사상 첫 ‘서브2′를 기록한 엘리우드 킵초게, 이번 대회 3위인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도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부족이다. 우승자 사웨는 전기도 없는 진흙집에서 자랐고 왕복 16㎞ 학교를 매일 뛰어다녔다. 점심 먹으려고 집에 뛰어 왔다가 다시 학교로 달려간 적도 많았다. 등하교 자체가 훈련이었다.
④ 이 지역 출신 스프린터들은 단거리에서 폭발적인 힘을 내는 속근섬유 비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또 스포츠는 아니지만 네팔의 셰르파 부족은 낮은 헤모글로빈 수치로도 산소를 효율적으로 쓰는 특이한 대사 구조를 가지고 있어 고산(高山)에서 독보적이다.
⑤ 마라톤 ‘서브2′는 과학의 도움도 받았다. 97g에 불과한 초경량 탄소 섬유 러닝화,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하이드로젤 음료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칼렌진 출신들이 압도하는 마라톤을 보면 ‘결국은 유전자’라는 결정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만 그들도 유전자만 믿고 달린 건 아닐 것이다. 우리 뇌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 한계치보다 훨씬 빨리 ‘힘들다’는 가짜 신호를 보낸다. 이들 마라톤 선수들은 수만㎞의 극한 훈련으로 이 가짜 신호를 넘어서는 법을 터득하고 육체 고통의 한계를 훨씬 넓혔다.

'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 시대에 사실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1) | 2026.05.03 |
|---|---|
| 반도체 메가사이클이라도... 끝은 있다 (5) | 2026.05.03 |
| 트럼프 "이란, 붕괴상태라고 알려와... 호르무즈 열어달라 요청" (0) | 2026.05.03 |
| 자신을 찾으려는 빌리의 의지, '침묵의 절규'로 분출 (0) | 2026.05.03 |
| 테슬라에 꽂힌 2040, 미국 주식 사듯 산다 (0) | 2026.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