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보택시 요금은 왜 4달러 20센트인가
① 지난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선보였다.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운임은 주행 거리에 상관없이 4달러 20센트로 책정됐다.
② 왜 4달러 20센트인가. 4달러도 아니고. 이것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숫자 취향이다. 그는 42와 420이라는 숫자를 무척 좋아해 중요한 사업적 결정을 내릴 때 자주 쓴다.
③ 또한 머스크는 자신이 창업한 스페이스X의 지분을 딱 42%에 맞게 줄였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우주선은 2023년 4월 20일에 처음 발사했다. 향후 4만2000기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④ 이토록 그가 숫자 42와 420를 좋아하는 이유는 둘이다. 우선 42는 1979년 영국에서 출간된 공상과학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유래했다. 머스크는 이 책을 인생 베스트로 꼽았다. 작품에서 수퍼컴퓨터가 수백만 년간 고민한 후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42입니다”라고 말하고 더 이상의 설명을 거부하는 대목이 있다. 저자는 별 의미 없이 쓴 숫자라고 밝혔지만 과학자들과 컴퓨터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상징이 됐다.
⑤ 이번 로보택시 시범 운임 4달러 20센트에도 이런 이중적 코드가 담겨 있다. 미래를 지향하는 자율주행차라는 측면에서는 ‘히치하이커’의 42가 연상되지만, 만일 그 차들이 제대로 운전을 못 하고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닌다면 대마초 비유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다. 아마 머스크의 머릿속에도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지 않을까. 그의 명예뿐 아니라 인류 문명의 진보를 위해서라도 로보택시의 대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