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5줄 기사 요약

스테이블 코인이 소환한 '자유 은행' 악몽

에도가와 코난 2025. 7. 1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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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년 미국 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앤드루 잭슨은 은행에 부정적이었다. 은행 자본이 정치·경제를 지배하는 거대 권력으로 커져 서민이나 중산층에게는 돈을 잘 빌려주지 않고, 부유층의 이익만 대변한다고 본 것이다.

 

1837년부터 1863년까지 27년간 미국은 모든 민간 은행이 국채나 금·은 등을 담보로 자체 화폐를 발행하는 ‘자유 은행 시대’를 맞았다.

자유 은행 시대는 뚜렷한 명(明)과 암(暗)을 남겼다. 지폐를 마구 찍어낼 수 있게 된 은행들이 대출을 늘린 덕분에 철도와 통신 등 사회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고 경제가 반짝 호황을 누렸다. 미국 서부 개척의 대명사인 ‘골드러시’(1848~1855년)도 이때 일어났다. 하지만 부실 대출로 거품이 커져 뱅크런과 금융 위기가 반복됐다.

모든 화폐가 같은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이 깨진 것이다. 충분한 담보 없이 지폐를 발행했다가 야반도주하는 은행도 속출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민간 은행들을 감독하거나 규제할 수 없었다.

200년 전 이야기를 꺼낸 것은 미국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 때문이다. ‘1코인=1달러’나 ‘1코인=1000원’ 식으로 코인의 가치를 법정 통화와 연동시키는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아마존이나 월마트 같은 민간 업체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면 그만큼의 담보를 확보해야 한다. 환금성이 좋은 미 국채가 주로 담보로 활용되기 때문에 그만큼 미 국채 수요가 늘어나고 달러 가치도 오르게 된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오랜 역사적 시행착오 끝에 중앙은행이 독점하게 했던 법정 화폐 발행을 민간에 허가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코인 발행 업체들이 충분한 담보를 보유하지 않으면 2022년 테라·루나 사태처럼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지 투자자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200년 전 자유 은행 시대처럼 화폐에 대한 신뢰, 더 나아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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