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통화발행 및 주조차익 권한을 양도?
①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논쟁은 통화 주권만이 아니다. 디지털 통화창출권 및 화폐주조차익(시뇨리지)의 귀속 문제는 더 근본적이고 거대하다. 스테이블 코인 허용이 국가가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행사하는 통화창출 특권을 민간사업자와 나누는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② 코인 발행사가 스테이블 코인을 찍으면 그 발행액만큼 통화량 증가효과가 생긴다. 코인을 내주고 확보한 현금으로 국채 등 준비자산을 살 때 통화량이 불어나는 구조다.
③ 이런 구조라면 코인 사업자는 무한정 코인을 발행해 무위험 수익을 극대화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히 통화량은 급증하고 경제 전반에 과도한 부채 축적이 불가피하다. 편리함을 택하는 대가로 통화·금융 시스템 위협이 증가하는 셈이다.
④ ‘미국은 적극적이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달러 패권 유지·강화 차원의 거대한 베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달러는 공급이 늘어도 바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는 거의 유일한 통화다. 엊그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졌지만 미국 달러 수요는 더 늘어난 데서 ‘달러 예외주의’의 위상이 재확인된다. 기축통화와 소규모 개방경제하의 원화는 애초부터 비교 불가다.
⑤ 미국에서도 통화창출권 민간 이양의 정당성을 매개로 한 달러 코인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잖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국채시장 이탈, 재정적자 부담 해소, 달러 리더십 강화 등을 위해 밀어붙였다. 이 결정이 코인에 긍정적인 20~40대 표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스테이블 코인발 위험 관리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