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20세기에 사는 국민의힘
① 지난해 4월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직후 ‘여당, 수도권 강화 없이 미래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인적 구성이 영남권에 편중된 국민의힘이 앞으로 ‘수도권 감수성’을 키우지 않으면 당의 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내용이었다.
② 비상계엄 사태는 국민의힘에 운명의 변곡점이 될 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고 보수의 새 판을 짤 기회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거꾸로 윤 전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하는 길을 선택했고, 탄핵 반대에 올인했다. 그러니 이번 대선 결과는 국민의힘이 조금도 억울해 할 일이 아니며 완벽한 자업자득이다.
③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에서 거대한 방향착오를 한 것은 역시 당을 지배하는 ‘영남권 정서’를 빼놓곤 설명하기가 어렵다. 영남은 보수의 아성이며 국민의힘의 대들보다. 현재 107명의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영남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영남 출신을 합치면 60%에 가깝다. 수도권보다 영남은 강경 보수의 목소리가 크다.
④ 지난해 총선에서 수도권 득표율은 민주당 53.7%, 국민의힘 44.4%였는데 수도권 의석수는 민주당 102석, 국민의힘 19석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났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가 윤석열 정권의 몰락을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영남만 싹쓸이하면 수도권에서 뒤져도 전체적으론 승리한다는 사고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과거엔 먹혔을지 몰라도 인구학적 변화 때문에 요즘엔 전혀 안 통한다. 수도권에서 밀리면 그대로 망하는 구조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재기하려면 당의 전략·정책 노선과 인적 구성을 철저히 수도권 맞춤형으로 쇄신하지 않고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