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달리기의 '가심비'
① 27일 조선일보와 서울시 주최로 열린 ‘서울하프마라톤’의 참가자 71%가 2030세대로 집계됐다. 2023년엔 2030세대 비율이 59%였는데 2년 새 급증했다. 요즘 젊은 세대가 달리기를 ‘가심비’ 취미로 삼으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줄인 신조어다.
② 코로나가 끝나자 젊은 골프 인구가 급감했다. 해외여행도 갈 수 있게 되니 비싸고 어려운 골프의 가심비가 뚝 떨어진 것이다. 대신 비용 적게 드는 달리기, 등산 등으로 눈 돌리는 젊은이가 많아졌다. 단체로 달리는 ‘러닝 크루’, 혼자 뛰는 ‘혼뛰족’ 등 달리기 문화가 확산됐다.
③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불황기에 두드러지는 소비 행태다. 쓸 돈이 부족하니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찾게 된다. 주머니 가벼운 젊은 세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성비, 가심비를 따지며 나름의 합리적 소비를 한다. 올리브영, 다이소 등은 젊은 층 가성비 경쟁력으로 급성장한 기업들이다.
④ 젊은 층은 ‘나심비’에도 지갑을 연다. 소비의 판단 기준이 가격도, 성능도 아닌 ‘나의 심리적 만족도’인 경우다. 고생 겪은 부모 세대가 보기엔 한 푼이라도 아끼고 저금해서 집 사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자식 세대가 점심 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⑤ 예전 같으면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 따라 전형적인 소비 패턴이 나타나는데 지금은 개인 취향이 중시되면서 소비 행태도 예측이 힘들게 됐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은 이를 ‘옴니보어(Omnivore·잡식성 동물)’ 소비 트렌드라고 표현했다. 이 복잡다단한 소비자를 파악하려고 기업들도 점점 더 머리 굴리고 바삐 움직여야 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