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핀 딜레마
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세계 경제에 ‘관세 폭탄’을 터뜨리며, 그 배경이 됐다는 이른바 ‘미란 보고서’가 최근 월가의 화두다. 미란 보고서란 스티브 미란(Miran)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재구성 사용자 가이드’를 일컫는다. 이 보고서는 현재 미국이 ‘트리핀(Triffin) 딜레마’의 한계에 임박했으며, 이를 해소하는 차원으로 관세 전략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② 기축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가 직면하는 모순을 말한다. 미국 달러와 같은 기축 통화가 국가 간 거래에 원활하게 쓰이기 위해 많이 풀리면 기축 통화 발행국의 적자가 쌓이고, 반대로 기축 통화 발행국이 무역 흑자를 보면 돈이 덜 풀려 국제 결제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로버트 트리핀 예일대 교수가 1960년에 출간한 저서 ‘금과 달러 위기’에서 이 개념을 제시해 그의 이름을 따서 트리핀 딜레마라 부른다.
③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 적자다. 미국은 무역 적자를 오랜 기간 감내하며 세계 경제에 달러 공급을 이어왔다. 하지만 미국의 적자가 쌓이는 속도보다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 ‘강달러 현상’이 벌어졌다.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의 영향이 막강해지다 보니, 달러에 대한 높은 수요가 발생했고 이는 또다시 달러 가치 상승(강달러)을 초래했다.
④ 강달러 현상으로 미국인들은 그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수입품을 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의 소비도 늘었다. 반면 미국 제조업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계속 악화됐다.
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60년대 40%에서 최근 26%(미란 보고서)까지 계속 쪼그라들었다. 세계 경제가 미국보다 빠르게 성장하는데, 유동성을 공급하느라 미국의 적자 폭만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아무리 기축 통화국이라고는 하지만 적자가 과도하게 누적되면 ‘달러의 가치가 과연 유지될까’란 의구심에 달러에 대한 신용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달러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미국의 재정 건전성도 악화해 달러 체제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