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미국에 바가지" 트럼프의 관세책사 나바로
① 트럼프의 무역전쟁 설계자, 보호무역 장벽을 쌓는 벽돌공, 무역전쟁의 배후 조종자.
미국 언론이 피터 나바로(75)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 고문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4년을 꽉 채우고 2기에도 발탁된 경제 관료는 그가 유일하다.
② 나바로는 이 책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비판하면서 그 결과로 미국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견해였다. 당시는 중국의 성장이 모두를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할 때였다. 나바로는 2012년 배우 마틴 쉰 내레이션으로 동명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트럼프는 “이 중요한 다큐멘터리는 사실관계와 수치, 통찰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우리 문제를 보여준다. 꼭 보라”고 추천했다.
③ 나바로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바가지를 씌운다”고 믿는다. 그는 보스턴 공영방송(WBUR)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던 1950년대부터 세계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회복하는 동안 세계의 돼지저금통 역할을 해왔다”면서 “관세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④ 나바로는 불공한 무역의 핵심 원인으로 세계무역기구(WTO), 특히 최혜국대우(MFN)를 지목한다. MFN은 한 국가에 낮은 관세를 부과하면 나머지 회원국에도 최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차별을 금지해 자유무역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도입했으나, 회원국을 동등하게만 대우하면 관세를 높게 유지해도 되기 때문에 관세가 낮은 미국만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고관세 국가들이 미국과 협상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⑤ 주류 경제학자들은 광범위한 고율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려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바로는 “관세를 세계 최대 시장이 부과하면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는다”고 맞선다. 그 이유로 “미국이 물건을 사줘야 생존하는 수출 의존형 국가들은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 가격을 낮추게 될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참모들과 무역정책을 토론하다가 온건파의 ‘저항’에 부닥칠 때면 “나의 피터는 어디 있냐”며 나바로를 찾는다. 중국, 그리고 세계 무역이 미국에 위협이라는 인식이 공감을 얻기 어려웠던 14년 전 ‘중국 매파’ 나바로에게 트럼프는 한 줄기 빛이었으며, 트럼프에게 나바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드는 무역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책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