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매몰 비용
①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이 낮아졌는데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 때문에 계속 그 프로젝트에 돈을 넣는다. 이처럼 ‘이미 지출되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매몰 비용(sunk cost)이라 하는데, 이는 인간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② 선택에서 매몰 비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이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이다. 심리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그는 1934년 3월에 태어나서 2024년 3월에 나이 90세가 되자 세상을 떠났다. 저렇게 정확하게 90세를 살고 가는 게 좀 이상해 보인다. 실제로 최근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카너먼 교수는 조력사를 통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고 한다.
③ 카너먼은 평소 입버릇처럼 자신은 ‘매몰 비용이 제로(0)’라는 말을 했다. 매몰 비용이 제로이니 매몰 비용 때문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과거가 아니라 미래 효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그의 자발적 죽음도 매몰 비용이 제로인 자신의 철학을 대변했다고 볼 수 있다.
④ 실제로 카너먼은 부인이 인지증(치매)을 앓는 동안 그 힘든 과정을 지켜보았고, 이후 홀로 있을 자기 삶의 비효용을 생각했을 수 있다. 그래서 영화를 더 보지 않고 영화관을 훌쩍 나선 듯하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의 선택을 함으로써 매몰 비용의 중요성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⑤ 무엇보다 젊을 때 만들어 놓았던 자신의 세계나 관점이 노후에는 매몰 비용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젊을 때와 노후의 환경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인생의 오전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인생의 오후를 살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과거에 해왔던 것들이 미래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내가 누군데’라는 생각이 노후의 선택에 영향을 덜 주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