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시위' 다크 투어
① 숀 코너리가 주연한 영화 ‘더 록’의 무대인 미국 앨커트래즈섬 감옥은 탈옥이 불가능한 곳으로 악명 높았다. 감옥이 폐쇄된 뒤엔 관광지로 거듭났다. 마피아 거물 알 카포네를 비롯해 흉악범이 수감됐던 독방, 섬을 둘러싼 샌프란시스코의 거친 바다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명소다. 다크 투어리즘은 슬픈 역사나 어두운 범죄 현장을 찾는 여행을 말한다.
②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와 300 결사대가 테르모필레에서 페르시아군에 맞서 싸우다 전원 전사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리스인들은 이곳에 전사의 용맹을 기리는 사자상을 세우고 스포츠 축제를 해마다 열었다.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레오니다스왕의 동상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③ 보스니아인들은 비극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포탄이 박힌 곳마다 빨갛게 칠한 뒤 ‘사라예보의 장미’라 명명했다. 많은 이가 이 붉은 장미를 보고 지난 과오를 돌아보기 위해 현장을 찾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해골 전시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등도 대표적 다크 투어 관광지다.
④ 평양에서 중국인 여행단을 만나 “여기에 왜 왔느냐?” 물었더니 모두 “중국의 1970년대 같다”고 대답했다. 관광객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는 평양 호텔의 정치 구호를 손상했다고 고문당하고 죽었다. 북한 여행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다크 투어리즘이다.
⑤ 여기에 최근 탄핵 찬반 집회 현장도 포함됐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일부러 시위 현장을 구경하고 호텔방 잡을 때도 집회 현장이 잘 보이는 ‘집회 뷰(view)’ 방을 달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류 드라마와 K팝 성지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던 나라가 이런 꼴을 당한다. 씁쓸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