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보단 국익 먼저'의 일본
① “(트럼프의) 비위나 맞춘다고 다들 비난하지만 그를 칭찬해 일이 제대로 풀린다면 그보다 나은 건 없다”는 말이 고(故)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회고록에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하는 언동을 하거나, 자신의 지론이라고 그와 부딪쳐봐야 일본 국익엔 득이 아닌 해라는 의미다.
②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아베와 똑같이 행동했다. 이시바는 트럼프에게 “(암살 시도에 살아남은) 신에게 선택받은 인물” “잊힌 사람들(백인 노동자)에 대한 깊은 배려심” “매우 진솔한 지도자”라고 했다. 기자회견 때 미국의 관세 인상 시 보복할지 묻는 질문엔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는 게 일본의 전형적인 국회 답변”이라는 농담을 던지곤 답을 회피했다. 트럼프가 싫어할, 단 한 컷도 연출하지 않았다.
③ ‘아베의 방식’을 철처히 따른 이시바는 사실 아베의 정적(政敵)이다. 아베 총리 시절 줄곧 대놓고 그를 비판한 정치인이다. 일본인 지인은 “끔찍히 아베를 싫어하는 게 이시바”라고도 했다.
④ ‘정치적 수사보다는 정책 논의 우선’이란 그의 정치 신조도 사라졌다. ‘아부의 기술’이란 미국 뉴욕타임스의 직설적 기사는 이시바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됐을 법하다. 회담 후, 이시바는 측근들에게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말했다.
⑤ 정쟁이 극심할 때마다 외세에 시달렸다는 게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이다. 정치인들이 한반도 운명의 운전석에 앉아 있다는 역사의 책임감을 제발 명심하길 바란다.